[TF주목人] '모창 가수' 성노, 20년 활동 접고 '공사판 막일' 연명 사연

2017. 6. 9. 08:00이슈

매니저를 고발합니다. 방송출연을 미끼로 금품을 갈취당한 성노는 저 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생기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매니저를 고발합니다. 방송출연을 미끼로 금품을 갈취당한 성노는 저 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생기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매니저를 고발합니다". 방송출연을 미끼로 금품을 갈취당한 성노는 "저 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생기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행복한 꿈이었죠. 깨고 나니 허망하더군요. 이제 가수는 포기했습니다. 조용히 숨어 살고 싶었지만, 저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인터뷰를 하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성노(51· 본명 이성노)는 한때 '조용필 모창가수' 주용필로 활동하다 10여년 전 자신의 음반을 내고 활동해온 가수다. 연예계 출발은 '이미테이션 가수'였지만 어엿한 '진짜 가수'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박명수(이승철) 김학도(서유석) 조영구(조용필) 등도 90년대 초반 데뷔 직전까지 그와 함께 이미테이션 연예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후에 박명수 김학도는 MBC 개그콘테스트로 개그계에 진출하고, 조영구는 SBS 1기공채 전문 MC로 데뷔했다.

성노 역시 함께 이미테이션으로 출발했지만 메인스트림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이들을 부러워하며 뒤늦게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강원도 영월의 동강과 서강을 배경으로 한 서정적 분위기의 곡 '바람아 불어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뒤 '오직 나만' 등의 곡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그는 올들어 20년 가수의 꿈을 포기했다. 특히 가요계를 떠난 이유가 다름 아닌 매니저의 금품 갈취 때문이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팩트>가 그의 근황을 수소문해 직접 심경을 들어봤다. 현재 그는 경북 영주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 2월부터 4개월째 예천 등 인근 도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오히려 더 편해졌다". 20년 가수의 길을 포기한 성노는 현재 경북 영주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 2월부터 4개월째 예천 등 인근 도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고 있다. /강일홍 기자

◆ "방송 출연시켜주겠다"며 금전요구, 결국 아파트 공사장 전전

-아파트 공사장에서 막일을 한다고 들었다.

가수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지자체 행사 등에 출연해 버는 돈은 사실 교통비와 밥값을 충당하기도 벅차다. 올 2월부터 공사판에서 하루 10만원씩 일당을 받고 일한다.

-가수 활동을 중단한 이유가 뭔가?

가요계 주변에 기생하는 일부 매니저들 때문에 후회와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무명가수들이 많다. 저도 "방송에 출연시켜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7000만원을 건넸다. 말이 매니저이지 계약서를 쓰는 것도 아니어서 브로커나 다름없다.

-어떤 방식으로 돈을 요구했나.형식은 빌리는 방식이었지만, 결국 방송출연에 목을 매는 절박한 무명가수의 처지를 악용한 금품갈취라고 생각한다.

-돈을 준 뒤 방송출연은 했나.

처음엔 5000만원을 주면 지상파 유명 가요프로그램 등에 5차례 출연시켜준다고 했다. 두번 출연시켜준 뒤 급한 일이 있다며 2000만원만 빌려달라고 하더라. 물론 빌린 돈은 한 달 내로 갚겠다고 했다. 거절하면 약속을 안 지킬까 두려워 급전을 마련해 줬다. 그런데 이후 온갖 핑계를 이리저리 대며 피해다녔다.

"돈을 떼이고 이를 대신 보상하기 위해 한동안 노예처럼 지냈다". 성노는 가수로 정식 데뷔한 이후 강원도 영월의 동강과 서강을 배경으로 한 서정적 분위기의 곡 '바람아 불어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강일홍 기자

-빌려서 마련해준 돈이라면 스스로 빚쟁이가 된 건가.

능력이 있는 의붓 아버지한테 얘기해 빌려준 거라 그 채무는 고스란히 제 몫이 됐다. 처음엔 친아들처럼 자상하게 대해주시더니 막상 저 때문에 돈을 잃게 되니 매정하게 돌아서더라. 사람 잃고 돈 잃은 셈이다. 이 일로 결국 의붓 아버지와도 결별을 했지만 빼앗긴 돈만큼 보상하느라 저는 거의 노예생활을 해야했다.

-왜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나.

몰라서 하는 얘기다. 가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런 일로 고소하기가 쉽지 않다. 말은 늘 '금방 준다'고 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또 몇개월에 한번씩 이자도 안 될 푼돈을 찔끔찔끔 주면서 법망을 피해가니 무슨 수로 당하겠나.

-심정은 알지만, 그렇다고 20년 몸담은 연예계를 떠나기는 쉽지 않을텐데.

환멸을 느꼈다. 모든 것을 잃어 더이상 버틸 희망이 없다. 제가 가수를 포기하는 대신 이런 분들도 함께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래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춰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영원한 무명으로 지낼 수밖에 없는 업계의 현실도 저한테는 커다란 벽이었다.

-본인 외에 다른 피해자도 있나.

비슷한 피해를 당한 가수들이 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같은 분한테 당한 가수가 서너명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 '방송출연 해줄테니 얼마를 달라'고 해 시차를 두고 추가로 빌리는 방식이다. 물론 '갚겠다'고 차일피일 미루며 줄 생각이 없다는 것도 똑같다.

-수십년씩 활동한 가수들이 왜 같은 일을 당한다고 보는가.

가수들은 신곡을 내거나 한번 더 업그레이드 하고 싶을 때 뭔가 돌파구를 찾게 마련이다. 방송 출연 약속은 달콤한 유혹이다. 형편에 다소 무리하더라도 인지도 상승을 기대하며 이를 감행한다.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일부 매니저들은 바로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미테이션 시절의 추억". 성노는 한때 박명수 김학도 조영구 등과 함께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했고, 이후 가수로 정식 데뷔해 10년간 활동했다. 아래 왼쪽 사진은 '조용필 이미테이션' 가수 시절 양배추 조세호와 다정한 한컷. /온라인캡쳐

성노가 지목한 L씨는 과거 인기그룹 출신의 가수 K와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 H를 자신의 소속사에 두고 활동한 중견 매니저다. 가요계에서도 이름만 대면 금방 알 만큼 오랜 가요매니저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는 트로트 신인가수들을 두고 있다. 취재 결과 성노 외에도 K, C, 여가수 P 등 몇몇 가수들이 비슷한 돈거래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씨에게 유사한 피해를 당한 가수 K는 "마음같아선 저도 성노처럼 이름을 까고 모두 밝히고 싶지만 부득이 익명으로 얘기할 수 밖에 없다"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어렵고 힘든 시기에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을 건넸다가 10년에 걸쳐 겨우 2000만원 정도만 돌려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매니저인 L씨는 8일 오전 <더팩트>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성노씨의 문제는 애초 급여 명목으로 받은 뒤 최선을 다해 일을 봐줬고, C와 K의 경우도 매니지먼트 일이 안풀려 신용불량자가 되고 파산면책을 받았지만 형편이 닿을 때마다 (양심껏)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변제했다"고 해명했다.

불미스런 일이 알려진 뒤 방송가 주변에서는 크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기 트로트가수 A씨는 "음반을 내고 활동하려는 대중가수는 넘치는데 출연할 무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면서 "너도나도 바늘구멍 같은 방송출연 기회를 잡으려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eel@tf.co.kr[연예팀 │ ssent@tf.co.kr]

원문 출처 http://news.tf.co.kr/read/entertain/1693008.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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