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의원실별 질의만 200개"…청문회서 '녹다운'된 사람은?

2017. 6. 8. 08:00이슈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이 밖에서 자료 등을 준비하며 대기하고 있다./국회=오경희 기자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이 밖에서 자료 등을 준비하며 대기하고 있다./국회=오경희 기자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이 밖에서 자료 등을 준비하며 대기하고 있다./국회=오경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오경희 기자] "정말, (강경화 후보자만큼이나) 저희 (공무원들도) 죽을 맛이에요."

'슈퍼 인사청문회'의 막이 오른 7일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인사청문회장 밖에서 대기 중이던 한 공무원은 이같이 푸념을 쏟아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청문회장 안팎은 뜨거웠다. 강 후보자를 비롯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동시에 열렸다.

개중 강경화 후보자의 청문회가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5대 비리(병역면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중 병역을 제외한 의혹이 모두 제기됐고, 자유한국당은 그를 '낙마 1호 인사'로 지목했다. 실제 청문회가 시작되자, 야당 의원들은 강 후보자를 상대로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

이윽고, 강 후보자를 향한 십자 포화의 불똥은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에게로 튀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본격적인 청문회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금 외교부 관리들이 너무 많이 나와 있다. 후보자에 대한 능력과 자질 도덕성 검증 등 시험을 보는 시험장인데 마치 사전을 가지고 하는 격"이라며 지적했다.

같은 당 이태규 의원도 "외교부 직원들 중 청문회 실무위원 말고 다 퇴장조치를 해야한다고 했다. 기획조정실 실무팀 외에는 그 자리에 배석하지 말고 전부 퇴장하라고 분명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이에 강 후보자 뒷편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대기 중이던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은 대거 청문회장 밖으로 이동했다.

청문회장 밖에서 휴대전화로 생중계를 시청 중인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오경희 기자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가기관은 공직 후보자를 지원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5조의 2(공직 후보자에 대한 지원)는 '국가기관은 이 법에 따른 공직 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2010년 5월 28일 신설).

이에 따라 각 정부부처는 청문회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팀)'를 꾸린다. 이날 청문회장 밖에서 만난 외교부 산하 공무원 A 씨는 "후보자가 지명된 시점부터 취임할때까지 TF팀을 운영한다고 보면 되고, 사실 외교부 산하 실무부서 전체가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부서별 2명씩 차출해 청문회 대응을 지원하고,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최근 2주간 밤샘 근무를 했다는 B 씨는 "외교부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도 청문회 준비기간에 밤샘 근무를 매일 한다"며 "피곤하고 지쳐서 말할 기력도 없다"고 했다.

외교부 직원들이 외통위 회의실 밖에 설치된 TV로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오경희 기자

이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국회 본청 복도 한가운데와 귀퉁이에 마련된 휴게 공간이다. 이들은 적게는 네 개에서 많게는 10개의 탁자가 놓인 휴게 공간에 각종 서류를 옮겨다 놓고, 노트북으로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TV로 중계되는 청문회 과정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실시간으로 전달할 자료를 출력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몇몇 외교부 직원들은 꾸벅꾸벅 졸았고, 테이블 위엔 생수와 간식거리 등이 놓여 있었다.

휴대전화 두 대로 청문회 생중계를 시청하던 C 씨는 "사실 오늘 외교부 직원들이 다수 청문회장에 배석했던 것은 후보자를 정신적으로 지원하기 위했던 것이었다"면서 "모든 준비는 후보자 본인이 하시고 저희는 지원하는 개념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청문회 예상 질의는 어떻게 준비할까. A 씨는 "의원실(청문위원) 1곳 당 보통 200개의 예상 질의를 보냈고, 언론에 제기된 의혹 등을 체크해 리스트를 만든다"며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인 경우, 요청하지도 않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A 씨의 말대로라면, 청문회 소관 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은 총 22명을 기준으로하면 예상 질의 건수만 4400건에 이른다.

자료를 복사 중인 직원들과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 및 청문회 준비 자료./오경희 기자

B 씨는 "당연히 해야할 일들이지만, 특히 외교부인 경우 청문회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문회 파고를 넘어야 할 후보자만큼 소속 공무원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편 강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신상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는데, 답변에 미숙한 점이 많았다.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됐다"며 "제 가족이 사려깊지 못했던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ari@tf.co.kr

원문 출처 http://news.tf.co.kr/read/ptoday/169294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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