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행의 소비자시대] 꽉 막힌 금융시장에 메기를 풀어라!

2017. 8. 3. 15:59이슈

지난달 27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닷새 만에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끌어들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달 27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닷새 만에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끌어들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달 27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닷새 만에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끌어들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임세준 기자

카카오뱅크가 영업개시 닷새 만에 100만 계좌를 개설해 인터넷은행이 금융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에 목말라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등본과 재직증명서 등은 필수적으로 제출하고 추가요구 자료를 더 내야 한다. 심지어 변호사가 개업하고 사업통장을 만들 때 수임계약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은행 역사는 1897년 한성은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은행은 소비자들에게 항상 '甲(갑)'이었고 요즘도 별반 변한 것이 없다. 최근 들어 은행이 소비자보호를 많이 외치고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소비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머리를 숙여야 했고, 부대비용도 당연히 소비자가 내는 것인 줄 알았다. 예금이율이 시중금리보다 월등히 낮은 것은 당연하고, 대출이율은 높아도 대출만 해준다면 '감지덕지' 고맙게 생각했었다.

역시나 은행들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남겼다. 이는 금리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예금이자는 낮게 받고, 대출이자는 높게 많이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은행 수입의 80~90%는 이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이자와 수수료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챙겼다는 이야기다.

은행의 영업행태는 아직도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소비자는 안중에 없고, 점포와 영업시간을 줄이고 수수료를 올리기만 하려는 은행 시장의 영업방식은 그대로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생겼다. 인터넷은행이라는 '메기'가 나타났다.

국내 1·2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금융시장에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배정한·임세준 기자

인터넷은행은 '365일, 24시간 열린 은행'을 내세운다. 계좌 개설은 7분, 소액 대출은 60초면 서비스를 완료한다. 스마트폰에서 계좌 개설부터 수신·여신, 체크카드, 해외 송금 등을 24시간 언제나 손 안에서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에서 받는 사람을 선택해 인증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계좌번호 없이도 이체가 완료된다.

이체 수수료와 ATM 수수료, 알림 수수료도 없다. 은행과 편의점 모든 ATM에서 무료로 입출금할 수 있다. 금리도 좋다. 적금과 정기예금 금리는 연 2.0%로 시중은행 평균 1% 후반대보다 높고, 대출금리도 금리 최저 연 2.86%에 불과하다. 대출 신청에서 실행까지 소요 시간은 평균 60초로 획기적이다. 해외 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새로운 서비스 출현도 기대된다.

금융업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면허사업이다. 하지만 허가기준은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로 허가를 받기는 불가능하다. 정부, 아니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까지 내락을 받아야지만 가능하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아프리카 우간다보다 못하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로 대출의 용이성, 은행 건전성 등 항목에서 하위권을 기록하며 우간다(77위)보다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더구나 지금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핀테크 산업도 꼴찌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때문에 핀테크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은 국경도 없고, 업종도 없이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신종 상품을 만들어 팔며 거대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핀테크 기업은 물론 아직도 금융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는 마음대로 만들 수가 없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공무원들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소비자보호, 시장경쟁력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자의 생존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공무원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공급자를 골라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다. 상품과 서비스에 자신 있는 공급자가 많이 나와 치열하게 경쟁하여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자가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이 공정 경쟁이고 시장 논리다.

경쟁이 없으면 도태되고, 고인 물은 썩는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면허사업이 지속될수록 경쟁력은 떨어지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메기 역할을 하는 것을 봤다. 더 많은 카카오뱅크, 더 많은 케이뱅크를 풀어 놓아야 한다. 메기가 없는 연못의 미꾸라지는 힘이 없다. 이제는 금융시장에 메기를 많이 풀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건강해지고 튼튼해진다.

kicf21@gmail.com

원문 출처 http://news.tf.co.kr/read/economy/1698745.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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