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4. 08:00ㆍ이슈
손흥민 없는 한국 공격, 전혀 날카롭지 않았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TV 드라마나 영화의 전개가 답답할 때 시청자들이 '고구마'라는 표현을 쓴다. 23일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중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내내 고구마 먹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의 공격 전개가 고구마처럼 답답했다. 속 시원한 사이다 한잔을 바로 원 샷 하고 싶은 느낌을 계속 들게 만든 슈틸리케호의 '고구마 공격'이었다.
'슈퍼스타' 손흥민의 부재가 컸다. 왼쪽, 오른쪽, 중앙, 전방, 후방을 가리지 않고 날아다니는 손흥민이 없으니 한국 공격의 에너지와 파괴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직접 해결하는 선수도 없었고, 같이 만들어가는 짜임새도 부족했다. 혼자 득점할 능력을 갖춘 손흥민이 없으니 다른 선수들이 1+1을 2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더 힘들어졌다. 대부분의 공격이 단순하고 빠르지 않으며 정확도도 떨어졌으니 득점 실패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개인 전술보다 부분 전술, 부분 전술보다 팀 전술이 더 중요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승리'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서는 '슈퍼스타'라는 개인이 다시 중요해진다. 부분 전술과 팀 전술을 갈고닦은 팀의 맞대결이라면 더욱 그렇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승부를 결정지을 줄 아는 슈퍼스타. 강팀의 조건에 '슈퍼스타'를 넣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다.
'슈퍼스타' 손흥민의 가치를 다시 느끼게 한 중국전 패배다. '주장' 기성용의 시원한 중거리포도 '유럽파' 지동원과 구자철의 하드 워킹도 '전봇대' 김신욱의 고공 플레이도 골로 연결되기엔 2% 모자랐다. 승부에 만약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변명이겠지만, 만약 손흥민이 있었다면 중국 수비수들의 시선 분산과 함께 다른 선수들의 활약상도 더 빛날 수 있었을 듯하다. 손흥민이 없어 아쉬우면서, 손흥민이 없으면 공격이 꽉 막히는 한국 축구의 아쉬운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돌아온다! 중국전에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손흥민이 28일 시리아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9월 라오스와 A매치에서 해트트릭을 폭발한 뒤 기뻐하는 손흥민. /더팩트 DB우리에 비해 중국은 준비도 잘 되어 있었고 경기도 잘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지휘 하에 한국을 이기기 위한 밑그림을 잘 그렸고, 승리라는 두 글자를 현실에 새겼다.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집요하게 한국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들며 찬스를 엿봤다. 그리고 실수를 틈 타 분위기를 가져왔고, 세트 피스 상황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전에는 한국의 급한 마음을 역이용하면서 측면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며 파괴력을 더했다. 상대의 패를 보면서 베팅을 하는 듯한 리피 감독의 경기 운영. 공한증에 시달리던 중국이 '리피 효과' 속에 여유를 찾으며 한국을 무너뜨렸다.
손흥민 없는 상황에서 펼쳐진 '플랜B 공격'은 낙제점을 받았다. '플랜B'의 고구마 공격에 대한 분석과 개선 노력은 일단 잠시 접어야 한다. 이제 손흥민 있는 '플랜A'의 완성도를 높여 시리아전을 준비해야 할 때다. 슈틸리케호는 시리아가 23일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꺾으면서 복잡한 경우의 수 계산에 빠지게 됐다. 복잡함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28일 시리아와 홈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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