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자진 귀국 거부' 정유라의 모성애(母性愛)는 진심일까

2017. 1. 9. 08:00이슈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해외도피 중인 정유라가 지난 1일 저녁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체포된 가운데 7일 오후 정 씨가 구금 중인 수감시설에 현지인 두 명이 면회를 위해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해외도피 중인 정유라가 지난 1일 저녁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체포된 가운데 7일 오후 정 씨가 구금 중인 수감시설에 현지인 두 명이 면회를 위해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해외도피 중인 정유라가 지난 1일 저녁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체포된 가운데 7일 오후 정 씨가 구금 중인 수감시설에 현지인 두 명이 면회를 위해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올보르(덴마크)=이철영·배정한 기자] "보육원이든, 사회기관이든, 병원이든 아이와 함께 있게 해 준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 내가 한국에 가서 체포되면 19개월 된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지난 2일(현지 시각) 덴마크 북부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정유라 씨는 전날 덴마크 경찰에 체포됐고, 올보르 지방법원은 이달 30일까지 구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 씨는 법원에서 한국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아이 이야기를 할 때는 눈물까지 흘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알려졌던 모습과 달리 진한 모성애(母性愛)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를 두고 아이를 내세워 동정론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더팩트> 취재진은 정 씨가 구금된 다음 날부터 8일 현재 구금소와 은신처 등을 취재 중입니다. 정 씨의 아이가 면회를 오는지도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취재진이 구금소에서 자리를 비운 것은 지난 5일 덴마크 올보르 국립대학교 법과대학 나스 보 란스테 교수를 인터뷰한 날입니다. 정 씨는 그날 아이를 면회했습니다.

정 씨가 자진 귀국에서 '귀국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바꾼 시점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정 씨가 아이 면회 후 한국보다는 구금 생활을 이어가더라도 면회가 자유로운 덴마크가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 씨가 구금중인 수감시설에 한 현지인이 면회를 위해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올보르=배정한 기자

현재 덴마크 사정당국은 "정 씨의 아들이 어리기 때문에 이 부분(면회)에선 최대한 인도적으로 배려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 씨는 언제든지 아이를 면회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 씨는 구금 7일 동안 단 한 차례만 아이를 면회했습니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해주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는 정 씨의 말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렇다면 정 씨의 면회를 덴마크 사정당국이 막고 있는 것일까요. 취재진은 나스 교수에게 정 씨의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와의 면회가 제한적일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나스 교수는 "정 씨의 구금은 인터폴 적색수배 등에 따른 것이다. 덴마크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다"면서 "정 씨가 아이를 만나는 게 문제 될 수는 없다. 만약 정 씨가 가족을 만나는 것을 덴마크 정부가 규제한다면 그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씨는 원할 때 언제든지 아이를 만날 수 있다"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덴마크 법이 피의자라도 인권을 최우선에 둔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정 씨의 덴마크 올보르 외곽 은신처에 버려진 아이 관련 책과 애견 용품들./올보르=배정한 기자

하지만 정 씨의 아이 면회는 고작 한 차례에 불과합니다. 아이에 관해 이야기하며 눈물까지 흘렸고, 아이와 함께 있게 해달라던 정 씨의 모습과는 상당히 배치되는 모습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 씨가 아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덴마크에서 시간을 끌려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사실 정 씨는 지난해 독일에서 '아동학대'로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정 씨가 아이의 모습을 본 이웃 주민의 신고가 있었습니다. 정 씨가 독일 헤센주에 있는 예거호프 승마장 별채에서 생활하던 당시입니다.

이웃 주민은 좁은 별채 공간에서 아이와 개 15마리, 고양이 5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이 불결한 생활을 걱정해 신고했습니다. 정 씨는 당시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안에 받아야 하는 검진을 받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취재진은 지난해 10월 최 씨 모녀 행방을 취재하던 당시 정 씨와 아이의 관계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사이가 좋다가도 나빠 아이를 할머니가 대부분 돌보았다는 이야기를 상당히 듣기도 했습니다.

정 씨와 아이의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정 씨와 아이의 관계를 모성애보다는 국내 송환을 미루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지금 정 씨의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그것도 19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말입니다. 정 씨가 아이에 관해 하는 말들을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으로 볼 때 진정성 있는 모성애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cuba20@tf.co.krhany@tf.co.kr

원문 출처 http://news.tf.co.kr/read/ptoday/1672059.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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