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6. 12:00ㆍ이슈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에서 강정일 역으로 열연한 배우 권율은 감정을 쏟고 집중하면서 힘들었던 고충을 토로했다. /임세준 기자
'귓속말' 권율 "몸이 아주 고된 작품을 하고 싶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이순신 장군의 꼿꼿한 아들이('명량') 반듯하게 생겨서는 이따금 욕을 내뱉는 '엄친아' 공무원('식샤를 합시다2')으로 발동을 걸더니 사람 목숨 대신 금광을 택하고('사냥') 급기야 악귀에 씌이기까지 했다('싸우자 귀신아'). 빈틈없이 쌓인 내공은 절대악과 필요악의 경계에 선 권력형 변호사('귓속말')로 힘을 발휘했다.
배우 권율(35·본명 권세인)의 눈빛이 새삼 차가워졌다. 그가 익숙지 않을 때만 해도 하얀 피부에 선한 인상, 누가 봐도 곱게 자란 듯한 귀공자 느낌이 먼저 와닿았는데 요즘은 정반대다. 최근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강정일은 권율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한판 뒤짚어놓은 작품이다.
강정일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걸리적거리는 것은 무엇이든 냉혹하게 잘라버리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아버지를 잃으면서 '귓속말'에서는 가장 불쌍한 악인으로 남겨졌지만, 권율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놀라운 변신을 보여줬다.
강정일의 색채가 강렬했던 만큼 그 에너지를 한껏 품고 있던 권율은 아직 강정일을 떠올리면 숨을 몰아 내쉬었다. 촬영하면서 처음 '혼밥'까지 자처하고, 후유증이 남을 만큼 고뇌했던 그의 뒷모습을 함께 들어봤다.
권율은 '귓속말'에서 강정일을 연기하면서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느꼈다. /임세준 기자- '귓속말' 종영 소감은.
"인터뷰를 여러 번 했는데 '귓속말' 끝난 소감은 처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아직은 시원한 마음이 크다. 너무 감정적으로 고되고 힘든 작업이었고 극한의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우울해지고, 날 선 모습들이 느껴지면서 힘들었다. 매 작품 열심히 하지만 어느 작품보다 힘겨웠고 버거웠던 시간들이었다. 매번 벽에 부딪히는 느낌, 벼랑 끝에 선 느낌이 들고 목을 조르면서 연기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현재로서는 외울 대사가 없고 마음껏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 후유증이 있나.
"마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학창시절을 생각하는 느낌이다. 강정일이라는 인물은 시즌2가 아닌 이상 만날 수 없는 인물이 되니까. 3-4개월 동안 내 삶의 일부분으로 끊임없이 내 쪽으로 당기고, 달려가고자 했던 가상 인물이었는데 이제 털어버려야 하는 시기니까 아쉽다. 늘 소통하고 있고 세계관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한순간에 더는 교류할 수 없고 끊어야 된다는 허무함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권율은 '귓속말'을 촬영하면서 예민해져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 /임세준 기자- 자신을 모니터링한 느낌은.
"화면에서 얼굴이 어떻게 찌그러지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그런 감정을 발달시키다 보니까 현실에서도 그렇게 될 때가 있어서 혼자 보냈던 시간이 많다. 혼자 밥도 먹고 스태프도 나를 피했던 것 같고(웃음). 이번 작품에서 처음이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걸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주의하려고 하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그런 기운이 나갔나 보다."
- 배우 이보영 이상윤과 호흡한 소감은.
"대본의 감정에 빠졌을 때 이보영이나 이상윤이 잘 챙겨주고 현실과 극 중 생활을 완벽하게 분리해 대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극 중 강정일은 코너에 몰렸지만 인간 권율은 두 선배의 따뜻한 케어를 많이 받았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먹는 게 최고지(웃음)."
권율은 집안 청소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임세준 기자- 선한 이미지 때문에 악한 캐릭터로 변신을 하고 싶었나.
"말랑말랑하고 선한 이미지, 반듯한 이미지보다는 악하고 센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 나를 그렇게 봐주는 감독이 있었고 이런 얼굴도 있다는 새로운 시작이 됐다. 그런 얼굴이 종이 쌓이듯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딱히 억지로 의식해서 일부러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접근보다는 제안이 매혹적이어서 받아들였다."
-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있나.
"청소하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한다. 내가 있는 공간이 정돈돼 있고 깨끗해야 피로가 풀린다. 모델하우스 같다. 깨끗하게 사는 걸 좋아한다. 집에 오면 여행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권율은 앞으로 액션 연기나 로맨스 연기로 감정을 회복하고 싶다. /임세준 기자- 앞으로 욕심 나는 장르가 있나.
"지금은 강정일 같은 캐릭터를 쉬고 싶다. 감정적이지 않고 신체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처하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끔 하루종일 뛰고 쫓고 쫓기고 총싸움하고 몸이 아주 고된 작품을 하고 싶다.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 가벼운 것보다도 지금 딱지가 앉은 상처가 아파서 오히려 평범한 살을 조금 만져보고 싶다는 느낌이다."
shine@tf.co.kr[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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