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7. 11:20ㆍ이슈
[더팩트|강일홍 기자] 방송사 조직만으로만 보면 KBS는 거대공룡 미디어그룹입니다. KBS 미디어를 비롯해 아트비전, 미디어텍, 시큐리티, N, 재팬, 아메리카 등 자회사만 8개에 이르고, 채널도 KBS1과 KBS2 외에 드라마, 스포츠, Joy, 키즈, 라이프, W 등 방대합니다. 엄청난 인력과 규모 때문에 툭하면 방만조직이니 비효율적 조직운영이니 하는 지탄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분사를 통한 끝없는 경쟁력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KBS는 시청료와 연계되는 공영방송이란 운영체계의 특성상 무사안일을 경계해야하는 조직입니다. 변화와 개혁, 그리고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보다는 당장 연공서열에 따른 자리 보전이 우선시되기도 합니다. 정권교체기 때만 되면 조직 내부가 술렁거림으로 이어지는 것은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일신의 안위가 결정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올 상반기 KBS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시도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바로 방송사업, 미래사업 등 '사업'이란 조직명칭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KBS는 조직개편의 목표가 '수익의 극대화'라기보다 '비효율성의 제거'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포기하고 오로지 수익을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이 파다했습니다.
안주하면 도태된다, 수익이 최선? KBS는 최근 수년간 누적된 적자로 안팎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수익이 절대선으로 비쳐지는 상황이다. /KBS 제공◆ KBS 출연자 주차할인제 폐지, 명목상은 김영란법 vs 사업 수익 창출이 목적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매체환경은 '안주하면 도태된다'를 지속적으로 말해주고 있고, KBS의 고민은 안팎에서 쏟아지는 이런 시선과 위기감에 있습니다. 종편의 급성장, 케이블 채널의 경쟁력 강화 등으로 입지도 크게 좁아졌고요. 최근 수년간 누적된 만성적인 영업적자로 더이상 '방송'만으로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게 된 것이죠. 수익이야말로 절대선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KBS가 최근 방문출연자 주차할인제를 전면 폐지했는데요. KBS는 국회의사당 쪽이 있는 본관 방문객주차장과 KBS 연구관 주차장, IBC 신관주차장, KBS 별관 뒤 주차장 및 별관 출연자방문객 주차장 등 여의도에만 5군데 주차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워낙 방문 및 출연자 이동인구가 많다보니 그 규모와 숫자도 상당합니다. 엄연히 사업의 일환이고 수익증대가 목표입니다.
문제는 방송출연을 위해 방문하는 연예인들이 엉뚱한 유탄에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 5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주차시스템에 따라 일반인 출연자와 견학 등 단순 방문자는 물론 모든 연예인 출연자들이 방송사에 머문 시간만큼 주차비를 내야합니다. 그동안 방송 출연이 없는 날에도 사전미팅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자유롭게 이용해온 연예인들의 볼멘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작은 수익 vs 사기저하, 그리고 소탐대실. 일주일 내내 방송사 주차장을 이용해야하는 개그맨들은 "한해 수억씩 출연료를 받는 스타급 연예인 몇명 외엔 모든 연예인들이 부담"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KBS 제공◆ KBS 효자 예능프로 '개그콘서트'에 열정 쏟은 개콘 멤버들 "사기저하" 반발
KBS는 수익증대를 위한 새 주차장 시스템을 외부 전문운영자에 위탁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단 명목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만, 김영란법은 핑계에 불과하고 만성 적자와 비용절감 등을 고려한 고육책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무엇보다 방송 출연자들에게 주차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 부정청탁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손님이 먼저일까요 주인이 먼저일까요. 또 수익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방송출연자와 KBS 직원 중 누가 먼저 혜택을 받아야할까요. 한해 수억원씩 출연료를 받는 극소수 스타급 출연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주차료 징수는 큰 부담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더 심각합니다.
작가 등 외부 제작진을 포함해 90여명에 이르는 개그콘서트 팀의 경우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 회의부터 대본리딩, 녹화까지 하다 보면 하루 종일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KBS 예능 효자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 10년 넘게 열정을 쏟아온 이들은 당장 '사기저하'라며 반발합니다. 공헌자들에 대한 푸대접이라는 것이죠. 소탐대실(小貪大失), 혹시라도 작은 수익을 위해 '더 큰 걸' 잃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요.
eel@tf.co.kr[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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