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28. 05:30ㆍ이슈
수애·박해일 주연 영화 '상류사회', 29일 개봉[더팩트|종로=박슬기 기자] "'상류사회'가 잘 됐으면 하는 욕망이 들끓고 있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영화가 무작정 잘됐으면 하는 마음은 욕망 아닐까요?(웃음)"
바람이 강하게 부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수애를 만났다. 이날은 태풍 솔릭이 본격적으로 북상하기 전이었다. 마치 폭풍전야를 예고하는 듯 돌풍이 불었다. 마치 수애가 출연하는 '상류사회'(감독 변혁) 같았다. 심상치 않은 강렬함이 느껴졌다.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수애가 맡은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 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다 못해 아주 독한 인물이다. 수애는 그런 오수연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대리만족이랄까.
"수연의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왜곡된 욕망 때문에 힘든 일이 생기긴 했지만 자기 굴레에서 당당하게 벗어나는 설정이 멋졌죠. '저도 저런 여성이었으면'이라는 대리만족도 느꼈어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솔직함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수애에게 찾아온 '상류사회'는 실제 그의 성격도 변하게 만들었다. 동경하던 배우 박해일에게 이 작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평소 그의 성격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수애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박해일은 "대본을 제안했을 때 수애는 이미 오수연이 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일 선배와 제가 만났을 때 시너지가 궁금했어요. 선배가 가진 에너지와 제가 가진 에너지가 충돌했을 때 느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닯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서 더 만나고 싶었거든요. 사실 친분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 제안하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는데 박해일 선배가 좋게 봐주셨죠. 그러고 보니 평소에 그런 성격이 아닌데 그때 이미 오수연이 돼 있었나 봐요.(웃음)"
수애는 극 중 맡은 오수연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실제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극 중 오수연은 야망으로 가득 차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캐릭터다. 시종일관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다. 수애에게 "실제 수애라면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저의 민낯을 공개하지 못할 것 같아요. 도망갔을 거예요. 사실 저는 오수연을 연기하면서 참 안쓰럽다고 생각했어요. 시종일관 야망으로 가득 차서 아등바등하면서 살잖아요. 평화로워 보이는 웃음과 말투를 가졌지만 그 이면에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백조 같다는 생각을 했죠. 아마 오수연도 스스로 연민을 느꼈을 거예요."
1999년 KBS2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한 수애는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으로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된 수애. 그런 그에게 배우로서 욕망은 없었을까.
"매 순간인 거 같아요. 특히 영화는 더 그런 것 같아요. 관객수는 저의 영역이 아니지만, 욕심이 나죠. 그래서 지금도 영화와 관련해 사람들과 좀 더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사실 저와 연이 닿는 거에 대해 굉장한 애정을 쏟는 편이에요. 솔직히 제 작품들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말이죠. 하하."
실제 만난 수애는 참 솔직했다. 오랜 배우 생활의 연륜도 꽤 느껴졌다. 그는 "신인 때는 '과정이 중요한 거 아니냐'는 철없는 소리를 했다"며 "어느 순간 '내가 즐겁자고 하는 작업이 아니구나'를 느끼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열심히 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애의 솔직함에 그 답하기 어렵다는 '희망 관객수'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막연히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관객수는 혼자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제 관객만의 평가만 남았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에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한 수애. 그에게 '연기 원동력'은 무엇일까.
"생각해야 할 부분인 것 같네요. 연기는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도 아주 중요하죠. 그냥 전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좋은 작품들을 더 많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수애는 "'상류사회'가 막연하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세준 기자psg@tf.co.kr [대중문화이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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