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1. 08:30ㆍ이슈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구혜선 전시회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더팩트|김희주 기자] "저 골목을 돌면 네가 있을 것 같아 / 눈을 질끈 감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작가라고 해야 할까, 배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작곡가 혹은 영화감독? 하지만 책을 낸 적도 있던데. 소설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음악 감상 앱에 도무지 한 수식어로는 정의하기 힘든 그 이름, '구혜선'을 검색했다. 수많은 노래 제목 사이 가장 눈에 띄는 노래인 거미의 '골목을 돌면'을 들으며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진산 갤러리에 도착했다.
구혜선은 반려견을 잃은 슬픔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밝혔다. /김세정 기자이날 열린 인터뷰는 구혜선의 전시회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 개최 기념행사였다.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온화하고 차분한 분위기 때문인지 저절로 조심스러워지는 발걸음으로 인터뷰실에 입장했다. 이때 마침 전시회 측에서 배경 음악으로 튼 노래는 때마침 '골목을 돌면'이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주시고...정말 감사해요. 저는 구...혜선이에요." 그리고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며 구혜선이라는 사람을 파악하려 하던 중, 그가 수줍게 웃으며 등장했다.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그는 많은 취재진을 보고 놀란 듯 연신 꾸벅이며 자리에 앉았다.
구혜선의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 전시회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인간 구혜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김세정 기자'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은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으로서 구혜선이 아닌, 외로움과 불완전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 구혜선이 표현하는 예술을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구혜선은 전시회 제목에 관해 "제가 직접 지은 전시회 이름이에요. 반려견을 잃고 느낀 슬픈 감정들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든 작업물들이 담겼거든요. 제 감정들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린 그림들이라 '적막'이라는 주제를 택했어요"라고 설명했다.
구혜선은 앞서 남편이자 배우 안재현과 tvN '신혼일기'에 출연해 여러 반려견과 일상을 공개한 바 있다. 워낙 애견가로서 면모를 드러냈던 그이기에, 반려견의 죽음은 그에게 큰 슬픔을 가져다준 듯했다. 그는 "제가 지금은 이렇게 웃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어서 병원의 도움도 받았어요. 저를 포함해서 가족들 모두 몸살이 날 정도로 앓아누워서 약도 먹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라고 고백했다.
구혜선의 작품. 제목은 '적막12'. /HB 엔터테인먼트구혜선이 이번에 내놓은 작품들은 원, 삼각형, 사각형 등 다양한 도형을 채우는 수많은 선들과 채색이 특징이다. 그는 "도형은 제 인생과 균형을 의미하는 틀이에요. 제 삶을 흐트러지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안에 있는 선들은 제가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들을 뜻해요"라고 설명했다.
반려견을 잃은 슬픔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들답게 모든 그림은 흑과 백으로 이루어졌다. 구혜선이 이날 입고 온 드레스가 검은색인 것도 같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짐작하던 중 그는 "전부터 '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어요. 이번에는 어떤 색으로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검정색을 내세우게 됐습니다"라며 "그리고 반려견과 슬픔이 주제이다 보니, 아마 전시회의 수익금은 비슷한 방향으로 쓰이지 않을까 해요"라는 답변을 내놨다.
구혜선 작품. 제목은 '적막10'. /HB 엔터테인먼트2009년 첫 전시회이자 개인전 '탱고'를 시작으로 '잔상' '두 도시 이야기' '無(0)' 등 여러 개인전과 '아시아 컨템포러리' '서울아트페어' 'KAPA국제아트페어' 등 다양한 단체전에도 참여하며 꾸준한 활동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구혜선. 하지만 처음부터 예술의 세계가 그에게 호의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구혜선은 배우가 아닌 연출, 작곡 등 다른 분야에 도전하기로 시작한 십여년 전을 떠올리며 "그때 대중분들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는 않았죠. 사람들로부터 부정당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왜 다들 나를 이렇게 싫어하지?'라고 생각했으니까요"라며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그 경험들이 다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지금 떠올려보면 '아, 나여도 내가 싫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하하"라고 털어놨다.
구혜선의 전시회는 서울 마포구 진산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세정 기자이번에 겪은 반려견의 일 뿐만이 아니라, 평온해 보이는 겉모습 뒤 숨겨진 그가 겪었던 많은 우여곡절은 그를 더 초연하고 단단하게 만든 듯했다.
아마 그가 표현한 적막과 고요를 들여다본다면, 구혜선이 그림으로 보여주고 음악으로 들려주며 소설로 읽어주고 영화로 만들어주는 수많은 자기 위로와 치유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
"예술 활동은 저에게 '분홍신'이에요. 춤추기 싫어도 춤을 추게 만드는 분홍신 말이에요. 작업 과정이 너무 괴로워서 하나를 끝내놓으면 '다시는 그림을 안 그려야지' '다시는 음악을 안 만들어야지'라고 다짐하다가도, 슬퍼지면 나도 모르게 또 손을 움직여서 뭔가를 만들어요. 지금은 작가이지만 다음에는 또 배우로 작품을 하겠죠? 언제든 다른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올 거예요. 이번에는 작가 구혜선으로 인사드릴게요. 이번 전시회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heejoo321@tf.co.kr[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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