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가수만 있나요?…MC들이 사는 세상(인터뷰)

2019. 7. 28. 07:30이슈



방송인 박경림, 박슬기, MC딩동(왼쪽부터)은 업계에서 탁월한 진행 실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더팩트DB

TV를 보다 보면 가끔씩 이런 생각들을 하죠. '저 사람은 방송에 자주 안 나오는 것 같은데 뭐 먹고 살지?' 하지만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말라'는 흔한 말처럼 정말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연예인들은 방송 활동 외에도 상당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한 주에도 수차례 열리는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등 행사장에 가면 늘 무대 한쪽을 지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MC'라고 불리는 이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요? <더팩트>가 무대 아래를 찾아가 봤습니다. <편집자 주>

방송 관계자들 "박슬기, 센스 있는 MC"[더팩트|문수연 기자] '행사 여왕'으로 떠오르는 사람을 물으면 대부분 트로트 가수, 아이돌 그룹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행사의 주인공은 무대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사의 시작과 끝을 지키는 MC들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MC가 없다면 원활한 진행이 어려운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들에게 큰 관심을 주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에 <더팩트>가 무대 아래의 모습을 살펴봤다.

연예계에서 가장 흔하게 열리는 행사로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영화 제작보고회 및 언론시사회, 가요 쇼케이스가 있다. 취재 현장을 다니다 보면 친구보다 더 자주 만나게 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행사장 MC다. 영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물로는 박경림, 방송은 박슬기, 가요는 MC딩동이 꼽힌다.

이들은 주최 측으로부터 대본을 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행사 관련 내용에 대해 공부하고 준비한다. 행사가 열리는 날 이들은 배우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리허설을 하고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행사장에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진행자에 따라 행사장 분위기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섭외 기준에 대해 "작품 분위기에 따라 선호하는 MC가 달라지곤 한다. 진중한 작품에는 주로 아나운서를 많이 섭외하고, 통통 튀고 젊은 분위기의 작품은 유머러스한 개그맨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박슬기의 진행력에 대해 칭찬했다. /더팩트DB

방송 관련 행사에서는 박슬기에 대한 호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홍보사 관계자는 그에 대해 "질문의 요지를 잘 파악한다. 또 박슬기는 배우가 놓치는 질문이 있으면 메모해놨다가 짚고 넘어가는 등 센스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방송사 관계자는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때가 있는데 박슬기는 부드럽게 넘어가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칭찬했다.

많은 이들이 극찬하는 MC 박슬기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슬기는 MC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제가 원주 출신인데 처음에는 지연으로 고향 축제 등에서 사회를 보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MBC '섹션TV 연예통신'을 하게 됐고, 인터뷰하면서 진행하는 모습이 자주 비치다 보니 MC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제작발표회도 그것 때문에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박슬기의 강점으로 꼽는 '센스'는 어떻게 보면 타고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이 뒤에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었다. 박슬기는 준비 과정에 대해 "주최 측에서 대본을 보내주면 준비가 시작된다. 일단 대본을 훑듯이 읽는다. 큰 맥락만 본 후 홍보 영상을 찾아본다. 배우들에 대한 정보도 찾는다. 전작은 뭐였는지, 이번 작품의 기대 포인트는 뭔지 알고 대본을 보면 좀 더 수월하다. 또 예상 질문지를 보며 내가 덧붙일 내용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본다. 대본을 무조건 3번 이상은 읽는다. 영상 보는 시간은 합치면 3~4시간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슬기는 자신의 강점으로 높은 톤을 꼽았다. 그는 "저의 장점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데 굳이 따지자면 제가 저세상 급 '하이 텐션'(High Tension)이다. 그런 텐션을 제작발표회 때는 많이 누른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눌러도 아나운서보다는 높다. 그 정도 수위가 엄숙한 제작발표회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데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는 힘을 가진 게 장점이 아닐가 싶다"고 말했다.

발전을 위해 박슬기는 자신의 모습이 찍힌 영상을 모니터하며 단점을 보완했다. 그는 "초창기 때는 톤을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영상을 찾아보며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남편과 함께 모니터를 할 때도 많다. 제가 남편 앞에서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남편은 '말을 좀 더 편안하게 해라' 등의 주입식 교육을 해준다. 사업가라 수입이 떨어질까 봐 도와주는 듯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런 자잘한 게 모여서 무대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행사를 진행하며 힘든 점에 대해 박슬기는 '부정 이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를 꼽았다. 그는 "질문을 하지 않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늘 있지만, 대중이 궁금해하는 부분이기에 기자로서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질문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럴 때 애먹기도 하지만 레파토리가 있어서 그렇게 대처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 행사를 위해 MC들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 준비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저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닌 프로의 자세로 끊임없이 노력하기에 지금의 자리를 오랜 시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munsuyeon@tf.co.kr[연예기획팀 | ssent@tf.co.kr]

원문 출처 [TF기획-'말'로 흥한 자들②] 무대에 가수만 있나요?…MC들이 사는 세상(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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