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쇼트 코스 세계선수권 우승을 어떻게 볼 것인가

2016. 12. 8. 04:00이슈

국제수영연맹(FINA) 홈페이지 캡처
국제수영연맹(FINA) 홈페이지 캡처


국제수영연맹(FINA)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박태환이 7일(한국시간) 캐나다 윈저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 코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처럼 이 대회도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박태환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롱 코스(50m)의 절반인 25m 길이의 경기장에서 치른다. 쇼트 코스에서는 턴의 횟수가 더 많아 가속에 유리하고 잠영 구간이 더 길어 스트로크하는데 힘이 덜 든다. 심박동 수는 줄어들고 근육 회복은 빠르다. 한마디로 롱 코스 경기보다 쉽고 기록도 더 좋다. 그래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보다 비중이 작다.

더군다나 올해는 올림픽이 열린 해여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같은 종목 결승에 진출했던 8명 가운데 2명만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런데도 박태환의 우승은 주목받고 의미 있게 여겨지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가 겪은 '고난' 때문이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FINA의 18개월간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박태환은 징계 기간이 끝났는데도 국내 규정에 막혀 리우 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뻔했다. 이중 처벌 논란 속에 그를 리우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끝에 결국 올림픽에 나섰지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훈련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박태환은 줄곧 고의로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호소했고 최근에는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런 상황에서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그는 다시 우리의 영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올해 시즌 도중 뉴욕 양키스 구단의 제의를 받아들여 은퇴를 선언했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211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던 그는 징계가 끝난 뒤 복귀해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상 4번째 통산 700홈런 타자가 될 수 있었던 그는 4개를 남겨두고 물러나며 눈물을 흘렸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는 지난해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에게 4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뉴잉글랜드가 바람을 뺀 경기구를 사용했고 브래디도 이에 연관됐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미식축구공의 공기압을 낮추는 것은 일종의 닥터링(경기구를 변형, 조작하는 부정 행위)이기 때문이다. 법정으로 간 이 스캔들은 올해 항소심에서 브래디가 패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브래디는 지난 5일 개인 통산 201승을 달성, 사상 최다승 쿼터백의 영예를 안았다.

오점을 남긴 대스타는 그 이후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박태환은 로드리게스와 브래디의 중간 어디쯤에 서있다. 그런 박태환의 쇼트 코스 세계선수권우승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가 역경을 극복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은 인정하고 갈채를 보낼 수 있지만 '영웅의 귀환'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모두가 똑같은 규칙 아래서 경기해야 한다는 원칙은 최대한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 대상이 박태환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자랑이었던 그에게 보내는 응원의 그늘에 도핑의 심각성과 아프지만 귀중한 교훈이 묻혀서는 곤란하다. malishi@tf.co.kr

원문 출처 http://news.tf.co.kr/read/sports/166753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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