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13. 08:00ㆍ이슈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16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차기 총재를 뽑는 대의원 총회가 열린다. 신문선 전 성남FC 대표가 단독 입후보한 상태다. 그런데 신 후보가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권오갑 현 총재가 직무를 계속한다는 것이 정관 규정에 대한 연맹의 해석이다. 이렇게 되면 대의원들은 신 후보를 새 총재로 선출할 것인지 아니면 권 총재가 당분간 직위를 유지하도록 할지 선택하는 것이 된다. 권 총재가 연임하지 않겠다고 해서 새 총재를 뽑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도 상당히 큰 것이다.
총재 선출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K리그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미래도 결코 밝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프로축구 수장을 뽑는데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후보가 단 한 명이다. 그 후보는 기업 구단과 시도민 구단, 클래식 구단과 챌린지 구단으로 갈려 있는 구도에서 특정 구단들의 지지를 겨냥하고 있는데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그 후보가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되는 것인가? 신문선 후보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부분은 재정 문제 해결 능력이다. 대표적인 것이 리그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남 구단 대표로서 보여준 실적이 미흡한 면이 있는데다 이번에 내놓은 공약의 실천 방안도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신 후보에게 의문을 갖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총재의 자격'에 대한 축구계의 시각이다.
권오갑 현 총재의 임기 동안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런데 가장 큰 공로로 꼽히는 것이 타이틀 스폰서 유치다. 그가 총재로 있는 동안 현대오일뱅크가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으면서 재정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도록 하는 것이 K리그가 그 수장에게 요구하는 조건이라면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 단체가 회장으로 추대하는 인물에게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의 프로 스포츠를 운영하는 조직의 수장은 스포츠 자체의 상품성으로 스폰서를 유치하고 중계권료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K리그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있다면 상품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총재 개인의 '영업력'에만 기댈 수 없다. 총재는 기업인이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든 리그 전체의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그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K리그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콘텐츠다.
신문선 후보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대의원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다 어수선한 정세 때문에 대기업들이 나서지 않는다'든가 '대기업 경영자도 못하는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기업은 리그의 고객이지 조건 없는 후원자가 아니다.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타이틀 스폰서 같은 기본적인 요건만 쉽게 해결하려고 한다면 결코 현재의 불안한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 틀림없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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