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朴 대통령 '설날' 인터뷰, '확증편향'에 가깝다

2017. 1. 31. 07:59이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인터넷 1인 미디어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기각 후 검찰과 언론을 정리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인터넷 1인 미디어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기각 후 검찰과 언론을 정리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인터넷 1인 미디어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탄핵 기각 후 검찰과 언론을 정리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청와대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과 언론을 정리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상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인터넷 1인 미디어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검찰이나 언론의 과잉되거나 잘못된 것에 있어서 탄핵이 혹시 기각되고 나면 정리를 하시겠느냐'는 사회자의 질의에 "(박 대통령이) '어느 신문이 어떻고, 이번에 모든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의 힘으로 그렇게 될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렇지 않아도 박 대통령은 최순실(61) 씨와 관계나 이번 사태를 전면 부인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누군가 기획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정규재 TV와 인터뷰에서 "태극기(왼쪽) 집회 참석자가 촛불집회 인원보다 두 배가 넘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보수단체 집회에 촛불집회. /더팩트DB

박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에서는 사과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때 사과를 한 것은 연설문의 표현이나 홍보적 관점에서 (조언을) 받아들인 게 전부인데 저렇게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리고 저도 몰랐던 이야기, 가령 최 씨가 사익을 취했다거나 하는 것에 대해 '나의 불찰이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과 특검을 통해 드러난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는 물론이고 측근들의 증언마저 모두 부정하는 모습이다. 도대체 박 대통령은 어떤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거기다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과 본인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정리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상은 수준 이하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발언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박 대통령은 과연 어느 시대에 사는 것일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인터뷰가 설 명절 이전이었던 탓에 설 밥상머리 반찬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필자 역시 가족들과 둘러앉은 밥상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을 했다.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오래전부터 누군가 기획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정규재TV 방송화면 갈무리

가족은 물론 지인들 대부분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다"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왜, 국민이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고생해야 하나" "빨리 탄핵됐으면 좋겠다" 등이었다. 욕지거리도 나왔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자신을 탄핵으로 몰고 간 이들에게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사람은 본인이 믿고 싶은 데로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도 한다. 지금 박 대통령의 모습이 딱 그렇다. 본인이 믿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으니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가깝다고 본다. 인지 심리학 관점에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의 신념이나 믿는 바를 유지하려는 본능이며, 자신의 믿음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순실 씨는 지난 25일 특검팀에 강제 소환되면서 "특검이 박 대통령과의 경제공동체를 인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고함을 질러 큰 파문을 불렀다. 사진은 최 씨가 특검에 들어서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 /이덕인 기자

그래서 반대되는 정보를 제거해 버린다. 이렇게 '내 생각이 맞아'하며 거기에 부합되는 정보만을 찾으려는 경향이 확증편향이다. 이 확증편향은 모든 생각 오류의 대부(代父)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검찰이나 특검의 조사 결과와 측근들의 증언을 모두 부인하고 이해하기 곤란한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을 보면 확증편향으로 인한 오류가 아닌가 싶다.

심리학에 따르면 확증편향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확증편향은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확증편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어'를 의식적으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탄핵만 기각되면'이라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것이 아니다. 태극기가 촛불의 두 배라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믿는 것이 아니다. 지금 박 대통령은 '내가 보고 듣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라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cuba20@tf.co.kr

원문 출처 http://news.tf.co.kr/read/ptoday/1674944.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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