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8. 16:00ㆍ이슈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의 보복으로 한국 관광을 제한한 가운데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유커들이 사라져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황원영 기자] 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용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 중국이 무차별적 보복을 가하는 가운데 그 피해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롯데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달 27일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후 약 일주일 만에 중국 내 롯데마트 39곳이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재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점포수가 99개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영업장 중 3분의 1이 문을 닫은 셈이다.
영업 정지된 곳은 랴오닝성 단둥시 완다점·둥강점, 화동지역 상하이시의 샤오샨점 등이며 조치 사유의 대부분은 소방법, 시설법 위반이었다. 롯데 측은 “200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 영업정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 당국이 현장 점검 후 공문 형태로 처분을 내렸으며 향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 정지 기간은 점포마다 다르지만 한 달 정도로 알려졌다. 통상 문제가 된 부분을 시정할 경우 영업 정지 기간에 상관없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지만 ‘사드 보복성’으로 내려진 처분의 경우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영업 정지를 당하는 점포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롯데 유통 계열사는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 1개 매장의 월 평균 매출은 8억 원대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39개점만 따져도 한 달 매출 손실 규모가 3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영업 정지 기간에도 매장 직원들의 임금을 100% 지급해야 해 그 손실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롯데마트는 베이징 국가발전개혁위원회로부터 지난 6일 가격 표기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 50만위안(약 8300만 원)을 받았다. 위원회는 중국 춘제(중국의 설)를 앞두고 지난 1월20일부터 22일까지 롯데마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명절 선물 상품 할인 행사 시 정상(이전) 가격을 표기하도록 한 중국법 위반 사례를 적발해 이같이 조치했다.
롯데제과 역시 중국 현지서 ‘제품 철수’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유통업체들이 중간 거래상에게 롯데제과 제품을 납품하지 말라고 요청하면서 일부 유통점에서 제품이 빠지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의 모든 홈페이지가 지난 2일 오후 약 3시간 가량 해킹 공격으로 마비됐다. /롯데면세점 중국어 홈페이지 캡처온라인에서도 제재가 이어졌다. 우선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닷컴’은 지난달 28일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운영해 오던 롯데마트관을 갑자기 폐쇄했다. 롯데가 징둥 측에 이유를 확인했으나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최대 인터넷포털 사이트 바이두가 운영하는 모바일 주문앱 ‘바이두와이마이’ 수퍼마켓 역시 롯데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와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해커의 공격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 중국내 롯데 계열사 150여개 사업장과 공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위생·안전 점검 등을 실시하며 롯데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롯데가 중국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롯데는 지난해 해외사업 할인점(롯데마트·슈퍼)부문에서 12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90%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한 것, 올해는 피해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롯데는 “중국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철수는 없다”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롯데그룹은 지난 1994년 중국에 진출한 후 20여년간 10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현재 2만6000명 가량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또한 롯데그룹은 선양에서 3조 원을 투자해 롯데월드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 4곳은 현지에 생산기지가 있다. 유통채널의 경우 베이징 롯데슈퍼 3개 점포가 문을 닫기 전인 지난해 기준 115개점 총 매출이 1조129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전체 사업 중 중국 사업의 영향력이 크진 않기 때문에 철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사업이 위기를 맞았지만 우선은 현지 사업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7일부터 사드 주한 미군 배치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우리는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에 대한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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