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1. 06:29ㆍ이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당시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또다시 국민의당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집권여당 대표답지 않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때 상임선대위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정조준해 "양심에 기반을 둔 행동을 김대중 대통령께서 가르쳤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로부터 정치를 배웠다는 박 전 대표는 정치적 법적 양심을 가져달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의 날 선 발언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지난 며칠간 언론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본질에 대한 언급을 한 언론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국민의당의 대선공작 게이트는 국민을 속인 것이고 피해자는 국민이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헌정을 유린한 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강경 발언에 또 한번 반발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우리 당에서는 '추'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니까 '미애 대표라고 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하며 검찰에 지침을 주셨다. 여당 대표가 국민의당을 죽이려고 하는 상태에서 어떤 국회 일정에도 협조할 수 없다"고 못 박았으며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3당은 이날 추경안 심사를 위해 열린 예산결산위원회에 불참했다.
◆ "추다르크의 곧은 소신? 개인적 성향인 듯"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DJ(김대중 전 대통령)로부터 정치를 배웠다는 박 전 대표는 정치적 법적 양심을 가져달라"고 지적했다. /이새롬 기자국회가 올스톱되자, 당내에서도 추 대표를 향해 "자중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추 대표는 비판을 감내하면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국회 운영을 이끌어가야 할 민주당은 원내 전략상 국민의당과의 협력 문제 등을 고려해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대응 기조를 세웠으나 추 대표는 여기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추 대표가 국민 여론 의식하고 그렇게 강하게 얘기한 것 같은데 저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면서 "당 지도부가 너무 국민의당을 몰아치는 것이 현명한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내지도부 중 한 의원도 이날 <더팩트>와 만나 멈춰선 국회 상황에 대해 한숨을 내쉬며 "여야 모두 국민한테 욕먹자는 건가 보다. 추경은 타이밍인데 더 미뤄져선 안 된다. 국민의당이 나와주길 바랄 뿐"이라며 이판사판이라는 심경을 성토했다.
추 대표 행보의 배경에 대해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추 대표가 갈등을 만들어 낸 것이 한두 번이냐. 여당 대표지, 야당 대표가 아니지 않나. 이번엔 원내지도부와 불협화음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에 본인의 돌발 행보를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추 대표의 행적을 미루어볼 때 '대야 공세'에 능한 추 대표의 개인적 성향이라는 뜻이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뚝심과, 곧은 소신을 지닌 추 대표가 이젠 선명성을 강조하기보다 여당 대표로서 포용의 이미지를 보여줄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추 대표는 돌발 행동을 여러 차례 해 왔다. 취임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가 당내 반발이 일자 서둘러 일정을 취소하는가 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한창 논란이었던 지난해 11월 당내 공론화 과정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에 철회하기도 했다.
추 대표 측은 '정치적 배경'에 선을 그으며 "국민의당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추 대표 측은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민의당의 민주주의 유린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이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촛불민심'을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능멸해 구속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그렇다면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서 대선이 치러져야 했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정치공작을 한 것 아니냐. 근데 그게 어떻게 간단한 사건에 될 수 있으며,
◆ "국민의당 때리기, 靑 향한 권력투쟁?"
정치권 일각에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민의당을 향한 강경 발언은 청와대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권력투쟁'의 일환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추 대표 측은 "터무니 없는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남윤호 기자정치권 안팎에선 추 대표의 강경 발언은 청와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말도 있다. 추 대표가 지난달 5일 열린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당·청 간 충분한 사전 협의와 공감대 마련이 협치의 전제라는 점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청와대를 향해 이례적으로 쓴소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선 직후 청와대로 파견된 당직자 6명이 당으로 복귀한 일,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 야3당 대표를 만나면서 추 대표는 만나지 않았던 일,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 사실을 10분 전에 연락받은 일 등 그동안 당청 간 불협화음에서 참던 추 대표가 작심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추 대표가 연이어 국민의당 때리기에 나선 것은 반안(반안철수)행보가 아니다. 스리쿠션 반문(반문재인) 행보"라고 정의했다.
하 의원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은 현시점에 문 대통령이 가장 원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통과를 결과적으로 추 대표가 앞장서 막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라면서 "추 대표는 청와대가 중요 결정 시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청와대에 추미애도 살아있다고 시위하는 것이다. 청와대 내 권력지분을 내놓으라는 일종의 권력투쟁"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하 의원 말이 설득력이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선거 때는 민주당 정부라며 민주당의 역할을 강조해놓고 지금 와서는 소 닭 보듯 하니까 반발하는 차원에서 강경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평론가는 "청와대와 여당관계에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독주하다 보니까 여당이 존재감이 없다. 추 대표가 의도적으로 국민의당을 때리면서 패를 흩트려 놓으면, 결국 청와대에서 추 대표에게 '이러시면 안 된다'며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추 대표 측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진실을 규명하자는 당 대표에 대한 시기 어린 이야기다. 잘못된 범법행위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잘잘못을 가리자는 건데 여기서 청와대와 당 간의 관계를 이용하니 마니 하는 게 왜 나오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추 대표 관계자 역시 "여당 대표가 여당 대표면 됐지 존재감 왜 드러내려고 하냐. 차기 대선 선거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여의도에서나 나오는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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