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1. 06:30ㆍ이슈
[더팩트|강일홍 기자] 13년 전인 2005년 대한민국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른바 '연예가X파일' 파문 때문이다. 이 파일의 정식 명칭은 '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다. 총 99명의 한국 연예인들을 정리해 놓은 문건으로,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져 뒷날 증권과 지라시 형태의 새로운 X파일을 양산하는 토대가 됐다.
놀라운 건 당시 한국 최대 광고기획사가 관여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광고대행사는 모델(연예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연예계에 정통한 인물 등을 대상으로 연예인들의 정보를 수집했다. 연예인의 현재 위상과 비전, 매력, 재능, 그리고 자기관리에 대해 항목을 나눠 별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이는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을 통해 급속도로 번져 나갔고, 가장 문제가 된 건 바로 루머를 정리한 맨 아래 항목이었다. 각 연예인들의 성격은 물론 사생활과 과거사 등 각종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은밀한 사생활에서 성적 취향까지 노골적이고 치명적인 내용 때문에 일파만파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X파일'이 누출된 뒤 분노한 연예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소송에 나서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사진은 당시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 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 일부. /'연예가X파일' 캡쳐◆ '김생민 모시기'에 혈안이던 방송가, 서둘러 '김생민 지우기'에 분주
해당 연예인들이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분노한 연예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소송에 나서고, 광고대행사는 애초 작성의도와 다르게 후폭풍이 거세게 불자 서둘러 합의과정을 거쳐 봉합에 나선다. 당시 문건 작성의 정보 제공자로는 스포츠신문 연예기자와 TV 연예정보프로그램 리포터 등 10여명이 지목된 가운데, 이들 역시 지탄을 받았다.
연예기자와 리포터들이 현장 취재 도중 주워들은 가십 형태의 미확인 소문들을 정리하다 보니 실제 사실과는 터무니없이 다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특정 연예인에 대한 평가에서, 단지 증권가와 인터넷 상에 떠돌던 악의적인 루머를 사실인양 단정짓거나 혹은 기자 자신의 개인감정 또는 주관적 의견을 객관적 기록으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했다.
김생민은 10년 전 TV프로그램의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된 뒤 출연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사진은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발표회 당시. /배정한 기자◆ 진실로 반성했다면 오늘날 이런 치명적 파국 빠져드는 일은 없었을까
연예인 중에선 당시 연예정보프로그램 리포터로 활약하던 김생민이 X파일 문건의 정보 제공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생민은 이 사건이 연예인들 사이에 논란이 되자 KBS2 '연예가중계' 리포터를 자진 하차한다. 현장 MC로 활약하며 얻은 동료연예인들에 대한 정보를 문건 작성의 기초자료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진 셈이다.
하지만 김생민은 불과 4개월간의 자숙기간을 거친 뒤 같은 프로그램에 복귀한다. 당시 합의 종결이 결정적 이유가 됐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하면 경미한 징계였음에 틀림없다. 최근 김생민은 10년 전 자신이 출연한 TV프로그램의 한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출연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한동안 '김생민 모시기'에 혈안이 됐던 방송가는 지금 서둘러 '김생민 지우기'에 분주하다. 근검절약의 아이콘으로 누구보다 선량하고 깨끗한 이미지였던 김생민, 그가 13년 전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았다면 어땠을까. 그로부터 불과 2~3년 뒤 성추행이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은 실수라도 진실로 반성하고 자숙하지 않으면 언제든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 수 있다.
eel@tf.co.kr[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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