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1. 08:00ㆍ이슈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현재의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제도에는 김영기 KBL 총재의 신념이 담겨 있다. '프로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두 명의 외국인선수 가운데 한 명은 '단신'을 뽑게 한 것은 힘보다는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많아야 한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도가 바뀐다 해도 결국은 대부분의 팀들이 키가 작아도 골밑에서 힘을 쓸 수 있는 선수들을 뽑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많은 팀들이 단신 선수로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택했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처지에서는 외국인선수를 인사이드 강화에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 총재의 의도가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지난 시즌 안드레 에밋과 조 잭슨이라는 테크니션을 보유한 두 팀, KCC와 오리온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면서 빼어난 개인기와 정확한 슛을 가진 선수를 뽑는 팀들이 늘어났다. 잭슨이 가공할 점프력으로 단신이면서도 폭발적인 덩크를 선보여 화제가 됐던 것을 올 시즌에는 KGC의 키퍼 사익스가 재현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오리온이 SK를 71-62로 꺾고 최소한 2위를 확보, KGC에 이어 4강 직행을 확정지었다. 단신 외국인선수로 테크니션을 뽑은 팀들이 가장 위의 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두 팀은 사정이 좀 다르다. KGC는 데이비드 사이먼과 오세근이라는 믿음직스러운 빅맨이 있지만 오리온의 장신 외국인선수는 높이가 위력적이지 않은 포워드 애런 헤인즈다. 오세근에 필적할 국내 빅맨도 없다. 장,단신 외국인을 모두 크지 않은 선수로 뽑고 특유의 '포워드 농구'로 버티고 있다. 높이가 낮지 않은 KGC는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사익스를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오리온은 단신 가드 오데리언 바셋을 교체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결국 오리온만이 '완전히 다른 농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뛸 수 있는 두 쿼터의 대부분을 바셋이 빠져 있으면 주전이 아닌 국내 가드가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강한 빅맨을 보유한 팀과의 경기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데다 가드 운영도 유동적인, 어떻게 보면 복잡한 시스템이다.
물론 오리온이 이승현, 문태종, 김동욱, 최진수, 허일영 등 뛰어난 포워드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선수 구성이라고 해도 모든 감독이 지금의 오리온처럼 팀을 운영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헤인즈라는 뛰어난 선수를 포기할 수 없다면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은 자신만의 농구를 고집하고 있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KCC를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는 등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명장 필 잭슨은 텍스 윈터가 창안한 트라이앵글 오펜스로 시카고 불스와 LA 레이커스를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시카고에는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펜, LA 레이커스에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슈퍼 스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훌륭한 선수가 있다고 꼭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트라이앵글 오펜스는 매우 복잡한 전술이다. 그러나 원칙은 간단하다.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오리온의 포워드 농구를 트라이앵글 오펜스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식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자기 팀에 맞으면 그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독특한 결과물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김 총재가 단신 외국인선수 제도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이 '화려함'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현란한 테크닉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다양성'일 수 있다. 팀마다 특색이 있지만 그 다른 정도가 점점 더 커질 때 프로농구는 더욱 흥미로워 지지 않을까.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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